킬링 포인트 > 썩빌이라는 표현은 낡고 저렴한 주택을 비하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신축 청약 당첨이 불가능하고 이미 준공된 신규 아파트 매수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먼 미래에 신규 아파트가 될 만한 주택들에 대한 투자에 시간적인 베팅을 하는 투자층들이 애용하는 단어입니다. '우리는 돈은 부족하지만 시간은 많다'라는 심리를 반영한 것이기도 합니다.
극초기 구역의 개요
극초기 재개발 구역 상품을 현장에서는 '썩빌'이라고 칭합니다.
썩빌은 당장 실거주하기에는 불편한 재개발이 필요한 오래된 빌라를 통칭하는 단어로, 보통 썩빌의 시세는 매매와 전세가의 차이인 갭으로 평가합니다. 2020년 가을경에 최초 1,000~3,000만 원 선에서 시작한 썩빌의 투자 시세는 서울의 웬만한 지역에서도 1억 원 선까지 큰 어려움 없이 상승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하나의 투자 상품으로 주목받게 됩니다. 최근 2년 동안은 정부에서도 한 축을 거들기도 했습니다. 공공재 개발이나 도심 공공 주택 복합사업의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 내의 썩빌의 경우 아무 먼 미래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서 실제 재개발 사업에 곧 들어갈 수도 있는 지역까지 등장했으니까요.
극초기구역 재개발 투자가 트렌드가 된 경위를 조금 더 살펴보면, 청약 당첨이 어려워지고, 준공된 신규 아파트 시세가 크게 상승하면서 신규 아파트가 될 바로 직전 단계인 재개발구역에 투자 수요층이 몰리기 시작합니다. 물량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수요가 급증하면 시세도 당연히 상승하게 됩니다. 결국, 재개발 실투자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버렸습니다. 인기 재개발지역은 웬만한 재건축 아파트 투자 금액보다 더 많은 투자 비용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저렴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던 재개발 후보 지역 투자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투자 대안이 필요했습니다. 여기에 기존 재건축, 재개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다 보니 대출이나 세금 등의 문제로 호가가 비싼 부동산 상품에 손을 대기 더 어려워진 것입니다. 결국, 극초기 재개발 투자는 소액 투자로 가능한 거의 유일한 투자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투입 비용이 낮은 대신 그 리스크가 적지 않은 상품입니다. 그러므로 아무 곳이나 묻지 마 매수를 하기보다는 디테일한 공부를 통해 리스크를 낮추고 어떻게 하면 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에 집중하여 지역을 선정하고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2018년까지는 그래도 일반적인 재개발 투자금이 현재처럼 크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핫플레이스가 되었지만, 이미 사업이 확정된 광명뉴타운, 상계 뉴타운, 신림 뉴타운 등도 일반 투자자들도 접근할 수 있는 시세였으니까요. 굳이 극초기 재개발구역을 선택하지 않아도 투자할 만한 지역이 제법 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지역들의 시세가 최근 2~3년 동안 급등하게 됩니다. 시세가 거의 오를 것 같지 않았던 의정부, 인천 등지의 재개발지역들도 이제 소액이라 할 수 없을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 보니 많은 소액 투자자들이 기존의 관심 입지들을 포기했습니다. 결국, 이의 대안으로 단기 흥행성에 기반한 투자로 많이 전환되었습니다. 여기에 공공 재개발 계획 발표로 인해 재개발을 기대하지 않았던 썩빌 투자도 그 사업 추진 가능성을 인정받고 새로운 투자 상품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ㅡ 극초기 재개발 투자 시 입지의 조건
이런 최근 극초기 재개발 투자 시 입지들의 특징을 정리해 보면 몇 가지 공통된 요소가 발견됩니다.
먼저 가장 중요한 흥행성의 주요 조건을 보면, 우선 소액으로 투자할 만한 매물이 다수 존재해야 합니다. 누구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빌라가 대표적인 상품입니다. 단독이나 다가구주택의 경우 매물이 많지 않아 빠르게 흥행이 어렵습니다. 투자 사이클이 종료될 가능성이 큽니다.
두 번째로는 공주가 1억 원 이하인 주택이 좋습니다. 공주가 1억 원 이하는 취득세가 저렴합니다.
세 번째로는 주로 법인 거래라는 점입니다. 이는 거래에 드는 시간과 관련된 요소로, 단기 매매에 대한 양도세에 대한 부담이 적다 보니 보다 많은 물량의 회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 조건들을 찾아보면, 아무래도 대부분 비서울 지역보다는 수요가 월등히 많고 재건축이든 재개발이든 추진된 가능성이 높은 서울이길 희망할 겁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서울에서는 이 조건에 맞는 상품을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소액 투자와 공주가 1억 원 이하의 매물은 동북권에서도 한정되어 존재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서울보다 해당 물건이 많은 경기도와 인천으로 투자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경기도가 법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매수 빈도가 줄었고 그나마 GTX 라인 인근에서 미미한 수준으로 거래 되고 있습니다. 결국, 경기도의 매매가 급감한 후에 유동 자금은 더 소액 지역이었던 인천 쪽으로 넘어가고 현재는 인천이 그나마 가장 거래가 활성화되어 이뤄지고 있습니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이런 움직임은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극초기지역 투자의 가장 큰 목표는 역시 차익 실현입니다.
투자 성공의 기준은 갭입니다. 갭이 벌어지려면 당연히 후속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실제로 정비구역지정 동의서 징구까지도 이때 이루어집니다. 이 무렵이 가장 초기에 진입한 극초기 투자자의 차익 실현 시점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무조건 일찍 들어가는 것이 좋아 보일 수도 있지만, 종종 흥행에 실패하게 되면 자산이 묶일 수도 있는 위험이 존재합니다. 결국,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투자 이론이 여기서도 적용됩니다.
그렇다고 후속 투자자들이 마냥 손해만 보는 구조는 아닙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등장하는데, 바로 재개발 사업 가능성입니다. 재개발 등으로 동네 자체가 업그레이드될 가능성에 투자하는 거인데, 묻지마 투자보다는 현재 입지 분석과 사업 진행 가능성, 정부와 지자체의 움직임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하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지구 단위 계획에서 단초를 찾거나 과거 해제구역에서 재가동 기회를 노려볼 수도 있습니다. 추가 역세권 지정, 혹은 새로운 노선 지정 등의 교통 호재 등도 꾸준히 검토해야 합니다.
일단 이 초기 단계에서 가장 공을 들여 연구해야 할 것은 지자체별 주거정비지수를 충족하는지 여부입니다. 이에 관련된 규제 내용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이처럼 정부가 제시하는 조건에 따라 정비구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부터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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